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밤산책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밤산책




TV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유럽나라 크로아티아. 체코를 떠나 온 나에게 사실 크로아티아도 그저 하루 거쳐가는 곳이었다. 보통 크로아티아의 남쪽 해변 도시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그쪽으로는 내려가보지도 못하고 수도인 자그레브를 거쳐서 이탈리아로 이동했다. 그만큼 이 시기가 항상 비와 바람에 춥고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그레브는 친절한 호스텔 스탭과 여느 유럽의 큰 나라들과는 달랐던 아기자기한 매력 덕분에 사진과 함께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관광 도시가 아니다보니 구시가지의 규모는 크지 않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곳. 하지만 어느 도시인들 볼거리 없는 곳이 있을까. '관광'이라는 단어만 내려놓으면 어느 도시인들 매력적이지 않은 곳은 없다. 




자그레브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지만 베를린같은 다른 수도들처럼 대도시의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오피스가 몰려있는 큰 빌딩이 있는 곳도 있겠지만 그 안에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골목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참 낭만적이다. 에스토니아의 탈린 구시가지가 성벽을 기준으로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뀌어버리는 마법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면 자그레브는 그 경계가 모호해서 더욱 그 분위기에 쉽게 스며든다. 





헝가리를 통과해 크로아티아로 향하던 길. 유럽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지방도로만을 통해 이동했다. 국가별로 고속도로 요금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돈은 둘째로 치더라도 여행자의 입장에서 고속도로를 탈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고속도로에 들어가면 그저 오로지 도로만을 보고 달려야 하는걸. 대부분의 컨츄리 로드는 너무나 아름답고 중간중간 만나는 작은 마을들은 저마다 개성이 넘친다. 개인적으로 독일-체코-오스트리아를 지나올 때의 지방도로가 가장 아름다웠다. 나중의 포스트에서 다룰 수 있기를. 




'유럽 관광'은 전혀 어려울 것이 없다. 어느 도시를 가든 '교회, 시청, 광장' 세 가지가 반드시 유명 관광지에 들어가니까. 다른 한편으로는 매 도시마다 이 세 가지를 만난다는 사실이 조금은 지겹기도 했다. 건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았다면 달랐을까? 확실히 겉보기에도 각 나라별 도시별 조금씩 다른점이 있기는 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지는 해는 보이지 않지만 붉게 물드는 하늘을 감상했다. 이 날도 날씨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오후 늦게 조금 개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하늘을 보고 있자면 참 한국에서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 역시 또 느끼기에 따라서는 다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여행하듯 살면 참 좋겠다. 이것저것을 새롭고 흥미롭게 여기면서.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나름 자그레브의 핫한 거리. 수도의 핫플레이스가 이렇게 아기자기해도 되는건가?  잠시 홍대나 강남을 떠올려본다.  음, 떠올려봐야 무엇하랴. 결국 이런 멋을 즐기기 위해 여기에 와 있는 것인데 ㅎㅎ  골목골목마다 잡화-기념품을 살만한 곳도 많고 그래서 구경할 것도 많고 또 쭈욱 늘어선 음식점도 흥미롭다. 




완전히 지는 해.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 풍경에서 이불빨래를 널어놓은 집이 있었는데 뭐랄까, 저 건물과 지붕과 노을과 이불빨래가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이것봐, 여행중에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이렇게 감성이 예민해지는 걸. 역시 평소에도 여행하듯 살아야 할 법인 듯 하다. 





한적한 길목의 야경. 유럽에서는 큰 도시에서라도 우리나라처럼 밤에 화이트 조명이 밝게 켜진 곳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딜가나 항상 조명은 이렇게 은은하다. 누군가는 무서워할지도 모르지만, 유럽의 경우 확실히 밤은 밤이다. 





이탈리아를 코앞에 두고 자그레브에서 피자를 먹었다. 그래도 충분히 맛있었는걸. 마침 이 날은 크로아티아의 축구경기가 있던 날이라서 가게 사람들과 함께 TV로 축구경기를 응원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창가에 앉은 여인의 라이브. 위에 술집 바로 2층 창문이었는데 반대편 건물이며 골목 전체가 다 식당가였기 때문에 상당히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공연이 아니었나 싶다! 은은한 조명에 잔잔한 노래소리까지. 이 라이브를 듣기 위해서 일부러 한 잔 더 했다. 아델의 Don't you remember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 멋진 보컬을 만난다면 꼭 이런 컨셉으로 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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